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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주제로 한 추천 영화 3편 : 인생의 맛을 깨닫게 하는 미식의 시네마 1. 인생의 레시피, 감정의 요리 – 〈아메리칸 셰프 Chef, 2014〉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감동을 주는 작품 중 하나는 존 파브로 감독의 〈아메리칸 셰프〉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음식 영화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잃었던 한 셰프가 ‘요리’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다시 연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주인공 칼 캐스퍼는 유명 레스토랑의 총주방장으로 일하지만, 주인의 고정된 메뉴에 갇혀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점점 무기력해집니다. 결국 그는 비평가와의 논란 끝에 직장을 잃고, 자신의 진짜 요리를 하기 위해 푸드트럭을 시작합니다. 낡은 트럭에서 쿠바 샌드위치를 굽는 그의 여정은 단순한 ‘요리의 복귀’가 아니라, 잃어버렸던 열정과 가족의 관계를 회복하는 여정으로 확장됩니다.〈 아.. 2025. 11. 9.
가을에 추천하는 영화 3편 1. 잔잔한 관계의 온기 –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가을은 언제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여름의 뜨거움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문득 삶의 속도를 늦추며 지나온 나날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은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95년 〈비포 선라이즈〉의 속편으로, 9년 후 다시 만난 제시와 셀린의 짧고도 깊은 재회를 그립니다.영화는 프랑스 파리의 늦은 오후, 낡은 서점에서 시작됩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하룻밤 이후 서로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은 그들로 하여금 다시 ‘과거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시는.. 2025. 11. 9.
배우 <오드리 햅번> : 우아함으로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 1.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햅번의 탄생과 성장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 1929~1993)은 단순히 영화 속의 여배우가 아니라, 20세기 중반 대중문화의 미학을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전쟁의 혼란 속에서 보냈으며,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녀의 인생관과 인간애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젊은 시절 그녀는 발레리나를 꿈꾸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영양실조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좌절이 오히려 그녀를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햅번의 영화 인생은 1951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지(Gigi)》에서의 연기가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곧 헐리우드의 문이 열렸습니다. 1953년, 그녀는 윌리엄.. 2025. 11. 7.
영화 〈버닝〉 : 현실과 허상의 경계에서 타오르는 청춘의 불안과 존재의 그림자 1. 모호함의 미학 ― ‘버닝’이 던지는 질문들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해석이 다양하고 논쟁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영화는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되, 원작이 가진 서사적 모호함을 한국 사회의 정서적 현실과 맞물려 확장시킵니다. 겉으로는 단순히 한 청년의 실종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세대의 불평등, 욕망의 결핍, 존재의 불안, 그리고 ‘진실’의 모호성이 층층이 숨어 있습니다.이창동 감독은 이 작품에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장면은 “무엇이 진실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종수(유아인), 해미(전종서), 벤(스티븐 연) ― 이 세 인물의 관계는 명확한 경계 .. 2025. 11. 7.
배우/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냉철한 시선 속의 인간미, 서부의 사나이에서 예술가로 진화한 배우의 여정 1. 무표정의 미학: ‘서부의 사나이’로 시작된 전설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는 20세기 미국 영화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중 한 사람입니다. 193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후반,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이라 불린 이탈리아 서부극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건맨〉(1965), 〈석양의 무법자〉(1966) 로 이어지는 ‘무명 사나이(Man with No Name)’ 3부작은 이스트우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주인공은 이름도, 출신도, 속마음도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과묵하고 냉정하며, 감정.. 2025. 11. 6.
영화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사랑의 결핍과 성장의 서정, 그리고 현실을 마주한 감정의 진화 1. 낯설고 서글픈 사랑의 초상: ‘조제’라는 존재의 세계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은 사랑에 대한 단순한 감정 묘사를 넘어, 인간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또 상처받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목 속 세 단어인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은 각각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영화는 조제라는 인물의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은 ‘관계의 변화’와 ‘감정의 성숙’을 다층적으로 조명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를 묻습니다.조제는 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장애를 지닌 여성입니다. 그녀는 현실로부터 도망치듯 폐쇄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살아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조제의 집은 단순한.. 2025. 11. 6.